간호사.
이 직업은 내 장래희망에 생각지도 않았던 직업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때로 거슬러 올라가 대학의 진로 결정에 있을 때였다.
딱히 원하던 장래희망 직업이 없었던 나는, 좋아했던 "일본어"를 하면서 살 수 있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정하고 진로를 결정하려고 했었다.
어릴 때부터 무슨 이유 때문인지 나는 일본어를 좋아했었다. 엄마의 말씀에 의하면 외할아버지가 일본어 통역 일을 하셨다 하는데 그 영향을 받은 건가 싶은 정도였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니 일본어 학습지도 시켜줘서 학습지로 일본어를 배우기도 했고 학원을 잠시 다니기도 했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만화 같은 일본 하면 떠오르는 그 어느 것도 관심이 없었던 나는 오직 "일본어"만을 좋아했던 탓인지 유창한 실력을 가질 만큼 실력이 늘진 않았었다.
그저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를 일본어로 택하고 학교 성적은 늘 1등급이라 시험을 치고 나면 다들 내 시험지가 답안지인처럼 보고 채점을 하는 정도?
그런 내가 진로 결정의 기로에 놓였을 때 일본어를 좋아하니 일본어로 할 수 있는 길을 가야겠다 생각에 "일본어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대학을 적기도 했다.
나는 수시로 가려 했기에 일본어 교육학과에 넣은 어느 학교에서 일본어 올 1등급을 넣은 나를 꼭 데려가고 싶은지 지도교수가 직접 전화 와서는 내가 꼭 왔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는 와중에 엄마가 일본은 지금 가라앉는 중이고 영어도 아닌 일본어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나중에 취미로 일본어를 해도 괜찮을 것이니 취업이 잘 된다는 간호과를 넣어보라고 하셨다.
일본어 선생을 하지 않으면 죽겠다 이런 것이 아니었기에, 그래? 그러면 간호로 가볼까 싶어서 넣은 간호과.
결국 일본어과가 아닌 간호과를 택해 진학을 하였다.
대학생 때는 초창기에 너무 안 맞는 애들이 1차로 그만두고, 실습을 나가게 되면서 2차로 그만두더라.
다행히 나는 영 안 맞는 건 아닌지 무사히 끝 마치게 되었고 졸업 후 국가고시도 합격하게 되었다.
학교 성적은 내신으로 대학을 온 내가 그게 적응이 되어있던 것인지 꽤 좋았었다.
나는 전문대 간호과였기에 성적, 등수가 곧 병원 취업에 직결되는 것이었다. 마치 대학을 위해 내신 등급이 중요하듯.
그래서인지 나는 내가 원하는 병원에 원서 1차 서류전형은 다 통과가 되었다.
하지만 늘 2차 면접에서 다 미끄러지다 보니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 컸다.
본가가 창원이지만 병원을 대구, 부산을 써놓은 탓에 엄마가 반차를 쓰고 나를 태워다 다니며 고생하셨지.
대구권은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병원 올킬하고, 부산은 부산대병원 떨어지고 동아대 병원은 예비로 된 상태였다.
그때 창원 삼성병원과 지금 있는 병원이 함께 면접 일정이 떴고, 고민하다가 지금 있는 병원에 면접을 보았다.
말 그대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기에 이 병원 역시 면접에서 떨어진다면 대학병원 말고 그냥 중소 병원에 갈 테다 마음먹은 채로 지금 있는 병원의 면접을 갔다. 그래서인지 같이 들어갔던 학교 동기들이 너무 편하게 답을 하는 내가 놀라웠다고 하더라.
긴장 하나도 없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본 면접이다 보니 마음 편히 면접관의 질문에 옆집 언니가 물어보는 것을 대답하듯 했긴 하거든.
신기하게도 그렇게 발버둥 치고 열심히 할 때는 다 떨어지던 면접이 편하게 본 면접이었던 여기는 합격이라네.
붙여만 준다면 진짜 엄청 힘들어도 절대 안는구먼 둘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이었기에 너무 고마웠던 이 병원에 뼈를 묻겠다 생각했다.
사람은 상황 따라 변한다 하던가. 뼈를 묻겠다는 결심이 무색하게 힘듦이 너무나 내가 감당하기 힘든 힘듦더라.
진짜 매일 울면서 그만둘까를 수백 번 되뇌며 감히 힘들다는 말조차 버거운 그런 신규 간호사의 시기를 보냈다.
다행히 내가 인복이 많은 건지 동기들이 너무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함께 울고 웃으며 버틸 수 있었기도 했고.
언제쯤 이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밝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매번 생각하며 그래도 굳건히 버텨왔다.
그리고 2022년 12월 만 7년 차가 되면 쓸 수 있는 리프레쉬 휴가 한 달을 사용하게 되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2023년 올해 어느덧 10년 차가 되더라. 신기하기도, 한편으로는 소름 돋기도 하네. 내 청춘 다 바친 애증의 병원.
늘 선배 선생님들에게 혼나면서 왜 이런 것을 가지고....라는 때가 있었는데, 내가 막상 그 선배 선생님들의 연차가 되어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정말 왜 저런 것으로 뭐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더라.
흔히들 하는 "라테는~ "이라는 일명 꼰대의 말투가 어느새 내가 하게 되더라.
그만큼 많은 세월이 지났고 많은 것을 겪어왔지만, 여전히 아랫 연차 후배들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서 책임감이 커진 지금 시점에는 힘이 부친다.
이번주가 마침 딱 내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테스트하는 것 같다.
7명이 일하는 근무번에 서열 2위라니.. 모든 것을 내가 통제하고 위에 선배 선생님께 보고 하는 시스템인 이번주의 근무번.
너무너무 버겁고 하루하루가 힘에 부친다.
내가 독백 형식으로 일기형식으로 적어보는 것은, 그럼에도 내가 어떻게 이 병원에 들어와서 어떤 마음으로 버티고 커왔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나 역시 저런 꼬꼬마 시절이 있었지 라는 생각을 상기시키면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다스려 보기 위함이랄까.
그렇긴 한데 여전히 이번주는 버겁다!!!!!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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